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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6월|기획]악성중피종 아내 이야기
07-22 19:06 | 조회 : 2,034
악성중피종 아내 이야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Dr. Y

“따르릉!” 아침부터 전화다. 그런데, 마침 어제 흉막에 발생한 악성중피종이 산재로 인정되었다던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환자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 아내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산재로 인정되어 다행이네요. 건강은 어떠십니까?”
“네” 그런데 다음 대답이 없다.
그리고 한참을 운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감사하단 말을 한다. 나는 의사다. 지금이 어떠한 상황인지 너무나 잘 안다. 오늘은 환자의 장례식 날이다.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죽기 전에 찾아와 손을 잡아준 사람은 선생님뿐이었습니다. 다만, 산재로 인정받은 걸 알았더라면 맘이 편했을 텐데요.”
그렇다. 이제 갓 오십을 넘긴 맞벌이 부부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족을 빚쟁이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남겨질 자식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런데 아프다니, 그것도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아프다니... 그리고 엄청난 돈의 병원비를 빚으로 남긴 채 죽다니, 이건 죄다.
남겨진 남편과 아이들에게 병원비의 무거움을 떠넘기고 가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도 무거웠을 것이다.
아내의 병명은 악성중피종이다.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노출된 뒤 약 30~40년이 지나서도 발생하며, 진단된 후 2년 안에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아내와 남편은 2년 전 악성중피종이 처음 진단되었을 때 역학조사를 의뢰하였으나, 평생 미싱 작업만 했을 뿐 석면을 사용했던 직업력이 없어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1년 후 ‘악성중피종 감시체계’에 의해서 13살 때부터 전기제품을 만들던 회사에서 청소를 했던 것이 알려졌고, 당시에 일했던 사업장을 방문해보니 석면을 월 1톤 이상 사용했던 사업장이었다.
급작스럽게 평생 미싱 작업만 했던 사람에게서 발생한 질병이 아니라, 석면에 노출된 후 발생한 악성중피종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입증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내도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집 근처 공장에서 가볍고 솜털 같은 하얀 석면을 운반하고 공장 바닥을 청소하면서 받은 돈으로 동생들에게 어머니 역할까지 했던 13살 여자아이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아니, 40년이 지나고 내 몸 속에 쌓였던 석면으로 악성중피종이 생겨서 죽어갈 때까지 몰랐다.
전화를 끊고 나도 울었다. 난 의사인데 죽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업무관련성이 있으니, 산재보상이 되니,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당신은 가족을 빚쟁이로 만드는 죄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을까? 내가 조금만 빨리 사업장을 방문하고 빨리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썼어도 편하게 가셨을 거라는 죄책감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여러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서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아마도 그 분들은 산재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치러야 할 병원비가 남은 가족들에게 빚이 된다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고서를 써야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어쩌면 13살 여자아이가 40년 전의 석면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앞에 있는 노동자의 직업력을 알지 못해서 업무관련성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업무상질병이 ‘아닌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무관련성이 ‘없다’가 아니라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의 아내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비록 자신의 편이 아니라도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 받기 위해 흐느적거리고 있다.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해 달라고 전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건지, 남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노동자의 대부분은 가장이다. 아파서는 안 되고, 아파도 자신이 벌어 놓은 돈 이상으로 병원비가 나오면 빚쟁이가 되고 마는 아빠, 엄마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다. 나는 오늘도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질병으로 사회의 기본이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일터
악성중피종 아내 이야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Dr. Y

“따르릉!” 아침부터 전화다. 그런데, 마침 어제 흉막에 발생한 악성중피종이 산재로 인정되었다던 환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환자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 아내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산재로 인정되어 다행이네요. 건강은 어떠십니까?”
“네” 그런데 다음 대답이 없다.
그리고 한참을 운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감사하단 말을 한다. 나는 의사다. 지금이 어떠한 상황인지 너무나 잘 안다. 오늘은 환자의 장례식 날이다.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죽기 전에 찾아와 손을 잡아준 사람은 선생님뿐이었습니다. 다만, 산재로 인정받은 걸 알았더라면 맘이 편했을 텐데요.”
그렇다. 이제 갓 오십을 넘긴 맞벌이 부부가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족을 빚쟁이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남겨질 자식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런데 아프다니, 그것도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아프다니... 그리고 엄청난 돈의 병원비를 빚으로 남긴 채 죽다니, 이건 죄다.
남겨진 남편과 아이들에게 병원비의 무거움을 떠넘기고 가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도 무거웠을 것이다.
아내의 병명은 악성중피종이다. 악성중피종은 석면에 노출된 뒤 약 30~40년이 지나서도 발생하며, 진단된 후 2년 안에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아내와 남편은 2년 전 악성중피종이 처음 진단되었을 때 역학조사를 의뢰하였으나, 평생 미싱 작업만 했을 뿐 석면을 사용했던 직업력이 없어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 1년 후 ‘악성중피종 감시체계’에 의해서 13살 때부터 전기제품을 만들던 회사에서 청소를 했던 것이 알려졌고, 당시에 일했던 사업장을 방문해보니 석면을 월 1톤 이상 사용했던 사업장이었다.
급작스럽게 평생 미싱 작업만 했던 사람에게서 발생한 질병이 아니라, 석면에 노출된 후 발생한 악성중피종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입증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내도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집 근처 공장에서 가볍고 솜털 같은 하얀 석면을 운반하고 공장 바닥을 청소하면서 받은 돈으로 동생들에게 어머니 역할까지 했던 13살 여자아이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아니, 40년이 지나고 내 몸 속에 쌓였던 석면으로 악성중피종이 생겨서 죽어갈 때까지 몰랐다.
전화를 끊고 나도 울었다. 난 의사인데 죽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업무관련성이 있으니, 산재보상이 되니,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당신은 가족을 빚쟁이로 만드는 죄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을까? 내가 조금만 빨리 사업장을 방문하고 빨리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썼어도 편하게 가셨을 거라는 죄책감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여러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서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아마도 그 분들은 산재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치러야 할 병원비가 남은 가족들에게 빚이 된다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고서를 써야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어쩌면 13살 여자아이가 40년 전의 석면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앞에 있는 노동자의 직업력을 알지 못해서 업무관련성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바로 업무상질병이 ‘아닌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무관련성이 ‘없다’가 아니라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의 아내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비록 자신의 편이 아니라도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 받기 위해 흐느적거리고 있다.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해 달라고 전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건지, 남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노동자의 대부분은 가장이다. 아파서는 안 되고, 아파도 자신이 벌어 놓은 돈 이상으로 병원비가 나오면 빚쟁이가 되고 마는 아빠, 엄마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다. 나는 오늘도 업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는 질병으로 사회의 기본이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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