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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6월|특집]세계 전자산업 노동권을 위해 또 한걸음
07-22 19:03 | 조회 : 828
2013년 5월, 아시아 노동재해·환경재해 피해자 네트워크인 안로브(ANROEV, 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 회의가 2년 만에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일터 6, 7월호에서는 특집으로 안로브 회의에서 다뤄진 아시아 각국의 산재피해와 대응, 주요 논의와 결의 등을 다루고자 한다. 6월호에는 안로브 회의를 계기로 하루 전에 열린 “전자산업 노동권과 환경정의를 위한 활동”과 산재노협 박영일 대표의 참가기를 먼저 싣는다.


[특집1] 세계 전자산업 노동권을 위해 또 한걸음


한노보연  공유정옥

5월 6일 밤에 우리 일행은 방콕에 도착했다. 숙소에 갔을 때는 이미 자정을 훌쩍 넘어있었다. 한밤중에도 방콕의 공기는 찌는 듯 덥고 습했다. 회의는 다음 날 아침 열 시에 시작했다. 한국, 태국, 대만, 파키스탄, 홍콩,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 네덜란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모두 26명이 모였다. 같은 날 조금 다른 시각, 서울에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뇌암으로 숨진 이윤정님(1980~2012)의 짧은 삶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방콕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활동을 공유했다.

인도네시아
싱가폴 바로 아래에 있는 바탐 섬에는 전자산업단지가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금속노동조합(FSPMI)과 인도네시아 안전보건네트워크 라이언(LION)이 공동활동을 해왔다. 이번 회의에도 FSPMI의 안전보건 담당자와 라이언 상임활동가가 함께 참가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안전보건활동을 지원할 전문가나 단체가 극히 부족하다. 라이언은 생긴 지 몇
<사진설명> 2010년 인도네시아 바탐에서 열린 노동안전보건교육 참가자들. 대부분 금속노조 FSPMI 소속 공장에서 온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년 되지 않는 조그만 단체인데다가 노동자들이 밀집해있는 바탐 섬과는 비행기로도 몇 시간 떨어진 자바 섬 반둥시에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장 문제를 긴밀히 풀어갈 여건이 안 된다고, 쉬는 시간에 두 활동가는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라이언과 FSPMI에서는 바탐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보건교육 사업을 두 차례 진행해왔다.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노동자 교육을 해줄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미국, 한국, 홍콩 등 해외 활동가들이 힘을 모았다. 다만 교육받은 내용을 자기 현장의 활동으로 직접 연결시키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아서, 앞으로는 무작정 교육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 일상적인 현장활동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최근 FSPMI는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만드는 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개월 동안 사용화학물질 조사, 노동자 인터뷰 등을 진행해왔다. 이 자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 가야할 지 해외 활동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중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전자산업 문제 중에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전자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 문제까지 활동을 펼칠 여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필리핀
2012년 6월 필리핀 내의 자동차/조선/전자산업 등 18개 산별노조가 통합하여 대산별노조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총 500여개 단위사업장들이 있는데, 경영계 혹은 제도권에 노동자 요구를 전하는 것뿐 아니라 각 지역과 전국의 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안전보건 기본교육 및 연대활동을 펼쳐왔으며, 핵심 의제는 최저임금, 파견/하청노동의 장시간 노동 등이다.
필리핀에서 온 참가자는 NXP반도체 노동조합의 위원장이다. 1년 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전자산업 관련 회의에서 이 노동자를 만났을 때, 단위 사업장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이런 국제  회의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좀 이상해 보여서 따로 얘기를 청했다. 혹시 현장 활동에 소홀한 채 해외 출장이나 다니고 관광이나 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조금은 품었더랬다.
하지만 정작 얘기를 들어보니 정반대였다. NXP반도체는 오래 전 필립스 반도체에서 시작했고 이 노동조합도 3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이란 무릇 자기 조합원들을 위한 단체협상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을 제일 먼저 배운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더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조직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엇을 조직하느냐 물었더니 첫째는 조합원들의 의식을 높이고 일상적인 현장 활동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것이며, 둘째는 다른 미조직 사업장의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그들을 노동운동 속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명쾌하게 답을 해서 무척 인상 깊었다.

<사진설명> 필리핀에서 1989년에 발간된 반도체 산업 유해성에 대한 소책자(왼쪽)와 이 소책자 실린 반도체 공장 재생불량성 빈혈 피해 노동자 엘프레다 카스텔라노의 사진(18세에 입사, 21세에 사망).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소책자를 꺼내 다시 살펴보았다. 2008년 필리핀에서 열린 안로브 회의에 갔다가 당시 NXP반도체 위원장이었던 여성이 반올림 활동에 혹시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건네준 작은 책자였다. 제목은 <반도체 산업의 유해성: 생명의 위협>으로, 필리핀 노동안전보건단체 아이오사드(IOHSAD)가 필립스 컴포넌츠 필리핀(PCPI), 세미콘덕터 디바이스 필리핀(SDPI), 실리콘 테크놀로지 (STI) 등 세 개 회사의 반도체 공장 노동조합의 협조로 1984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한 참여행동연구의 결과물로 1989년에 발간한 것이었다.
이 소책자에는 1979년 18세의 나이에 마닐라의 반도체 공장에 입사해 도금공정에서 솔더, 플럭스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다가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1982년 21세에 사망한 여성 노동자 엘프레다 카스텔라노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반도체/LCD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기가 막힐 정도로 일치하는 얘기들이다.
베트남
베트남의 전자산업 노동력은 25만 여명으로, 정부가 전자산업을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 한다. 특히 삼성, 펜탁스, 니콘 등의 기업들은 매우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베트남 모 단체에서 참석했는데, 노동자 역량 강화와 정책적인 개혁을 위한 연구 및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자산업 노동자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대만
미국에 본사를 둔 RCA(Radio Company of America)는 대만 타오위안 지역에서 한때 3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제조 공장을 운영했었다. 이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무책임하게 취급하는 바람에 타오위안 지역의 수질과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그 오염이 어찌나 심한지 대만 최초로 도저히 정화할 수 없는 <영구오염지역>으로 선포된 곳이기도 하다.
그 공장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고 그 물로 몸을 씻고, 그 오염물질을 하루 종일 취급하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병에 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RCA 회사는 오염 사건이 터진 뒤 공장 문을 닫고 대만에서 완전히 철수해버렸다. 암을 비롯하여 온갖 병을 앓게 된 옛 RCA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쟁해왔고, 십년 만에 비로소 이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시작될 수 있었다.
현재 그 법정투쟁만도 5년째에 이르고 있다. 재판부가 계속 바뀌는 바람에 소송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 중이며, 피해노동자 상당수는 이미 사망했다. 또한 당시 회사가 화학물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조차 어떤 물질 때문에 병이 든 것인지를 짐작도 하기 힘들고, 이를 증언해줄 증인을 찾는 일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 현재 대만의 산재노동자단체 타보이(TAVOI)와 환경운동단체 지구공민(CET)가 공동으로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환경오염물질 규제를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라 한다.

파키스탄과 태국
태국에서는 일렉트럭스 노동자 120여명이 해고되어, 현재 단결권과 단체협상권을 위해 지방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생산보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비공식적으로 전자폐기물을 수입하여 폐기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환경오염과 주민들의 건강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전체 노조운동이 취약하며 전문적인 지원과 법제도 개선이 절실한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순서로는 아시아 지역 전자산업 노동자 현실에 대한 조사연구 활동의 중간 결과를 간단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연구의 초점 중 하나는 아시아 각국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현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아직 최종 보고서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PCB 세척공정에서 고농도 화학물질 노출로 세 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건, 실습 명목으로 어린 학생 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 미지의 화학물질 누출로 수십 명의 노동자가 입원했던 사건, 그리고 어렵게 만든 노동조합이 사측의 깡패들 때문에 어떻게 처참하게 붕괴되었는지 등의 이야기들은 그동안 우리가 한국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일들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나니, 세계 어디에서나 전자산업으로 인한 노동권과 환경정의의 훼손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한층 더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실질적인 국제연대가 없는 한, 전자산업 기업들은 결코 어떤 나라에서 일어난 직업병과 공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좀 더 규제와 저항이 덜한 다른 나라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의 활동을 공유한 다음엔 공동 사업과 활동, 의사결정과 일상적인 소통구조를 만드는 문제 등을 토의했다. 비록 하루에 불과한 짧은 회의였지만 이런 고민과 토론들이 생생히 살아 숨 쉬어 앞으로 세계 전자산업 노동권을 향한 국제연대에 실질적인 한걸음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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