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 독자의견
전 체
칼럼 (127)
지금 지역에서는 (150)
노동자건강상식 (50)
세상사는이야기 (121)
특집 / 기획 (285)
연구소리포트 (82)
문화마당 (110)
뉴스와포커스 (135)
사진으로보는세상 (95)
<일터>게시판 (74)
기타 (15)
알기쉬운 산안법 (44)
현장의 목소리 (203)
입장/성명 (96)
요양자 이야기 (9)
안전보건연구동향 (58)
새세상열기 (41)
만평 (66)
일터 표지 (54)
연재 (54)
[12년ㅣ3월ㅣ유노무사의 상담일기]
03-26 19:13 | 조회 : 1,429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새해가 시작된 첫 날이었다. 보통 오전에는 지난 1년을 되짚어보며 올 해를 어떻게 살아볼지 궁리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침부터 전화가 울렸다. 당장 상담하러 오겠다는 것이다. 정작 나는 몸과 마음을 다잡고 일할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다급하긴 다급한 모양이었다.

오전 11시쯤 노조 부위원장과 당사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12월말 복직신청서를 제출했는데 회사에서 별다른 말이 없다가 12일 출근해서 보니 인사팀으로 발령을 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상담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면서 1명을 충원하였고 해당 부서의 정원이 모두 찬 상태여서 육아휴직 이전의 업무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더군다나 다른 부서도 모두 정원이 꽉 찬 상태이고, 상담자가 육아휴직 이전에 수행하였던 업무는 이미 다른 사람이 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방으로 전보발령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하였다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동자()가 만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를 양육하기 위하여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사업주는 1년 이내의 기간에 대하여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다. 또한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하며, 육아휴직 기간은 당연히 근속기간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담을 하기에 앞서 상담자에게 되물었다. “과연 상담자에게 인사팀으로 인사발령을 한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을 몰랐을까요?” “정원이 모두 찬 상태이기 때문에 지방으로 발령해야 한다면 왜 곧바로 발령하지 않았을까요?” 한번 고심해 보라고 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의 규정은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복직 후 부여되는 업무나 직무에 따라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노동자로서도 육아휴직 이전에 수행하였던 업무에 반드시 복직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땅에서 사용자의 인사재량권을 너무도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출산육아 등의 문제를 이유로 한 전보나 해고는 부당하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단호하게 인사발령을 곧바로 내릴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육아휴직 제도는 모성보호, 가정 양립지원 등 법률이 제정된 취지에 걸맞도록 운영에 있어 일정한 강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주와 같이 벌칙 조항을 규정한 것 외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한 행정기관의 태도는 다른 사건에 비해 사용자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때문에 사용자측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상담자에게 퇴직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1년 동안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서울 마포에서 여의도로 출퇴근 하였던 노동자를 갑자기 경기도 이천으로 발령내겠다는 것은 육아의 어려움과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겠는가?” “그냥 그만두는게 좋지 않겠는가?”라는 압박인 것이다. 상담자는 사용가능한 휴가를 1주일 정도 신청하고 각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하도록 하였다. ‘아마도 상담자가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행보를 회사측이 파악한다면 뭔가 다른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라며 상담을 마치고 돌려 보냈다. 다행히 1주일 사이 육아휴직 이전의 업무는 아니지만 육아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근무지로 발령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21월경 이와 유사한 상담을 3~4차례 했던 기억이 난다.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고, 대부분 여성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측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이 법률로 보장된 것이지만 육아휴직 이후 육아에 따른 연속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 가급적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전이나 육아휴직을 마칠 때 퇴직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사회적으로 육아문제가 개인의 책임으로 편중되어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이러한 사용자의 부당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우선 필요하다. 다른 법률에 비해 육아 등 모성보호에 관한 내용은 노동자가 보다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측면을 잘 기억해 두길 바란다. 육아의 문제를 오로지 자신만의 책임으로만 생각한다면 결국 사용자측의 횡포는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록보기

번호 제 목 날짜 조회
54  [13년|2월|유노무사의 상담일지]    05·14 899
53  [12년|12월|유노무사상담일지]더블어여    04·02 1054
52  [12년ㅣ11월ㅣ기업 살인 사회를 넘어] 우리는 일터에 죽으러 가지 않았습니다    03·01 1447
51  [12년ㅣ11월ㅣ유노무사의 상담일지]    03·01 983
50  [12년ㅣ8월ㅣ유노무사의 상담일지]    11·08 1350
49  [12년|5월|유노무사상담일지]더불어 여    06·29 1510
 [12년ㅣ3월ㅣ유노무사의 상담일기]    03·26 1429
47   [12년ㅣ3월ㅣ풀어쓰는 판례이야기] - 새로운 끝맺음    03·26 1467
46   [12년ㅣ2월ㅣ유노무사의 상담일지] - 더불어 여(與)    03·22 1469
45   [12년ㅣ2월ㅣ 소설 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마지막회-    03·22 1420
44   [12년ㅣ1월ㅣ 소설 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5화 -    01·30 1765
43  [11년ㅣ12월ㅣ 소설 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5화 -    12·25 1909
42  [11년|11월|소설쓰는 이강]<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4화    11·21 1619
41  [11년|10월|소설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3화 -    10·31 1689
40  [11년|9월|소설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2화 -    10·04 1805
39  [11년 8월 소설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1화 -    08·21 2187
38  [11년 8월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08·21 2047
37  [11년 7월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07·22 2151
36  [11년 7월 일터다시보기] 석면슬레이트지붕 전수조사 모니터링을 다녀와서    07·22 2116
35  [11년 7월 소설쓰는 이강]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프롤로그 -    07·22 2046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3]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GGAMBO